마세라티는 무너진 게 아니라 소진되었다 — 그럼에도 지금 마세라티를 사도 되는 이유

마세라티는 무너진 게 아니라 소진되었다 — 그럼에도 지금 마세라티를 사도 되는 이유

약 7,900대. 2025년 마세라티(Maserati)가 전 세계에서 판 물량입니다. 2012년 이래 이보다 적었던 적이 없었고, 한 해 전과 견줘도 30%나 줄어든 성적입니다. 브랜드 전략을 다시 들여다봐 달라며 지주사 스텔란티스가 맥킨지를 불러들였고, 업계에는 팔아넘기려 한다는 이야기마저 떠돌았습니다. 순수 전기 슈퍼카로 점찍혀 있던 MC20 폴고레 역시 살 사람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엎어졌습니다. 모데나의 마세라티 — 7,900대에 그친 2025년, 2012년 뒤로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지표만 놓고 보자면 올해가 벼랑 끝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위태로운 숫자가 표면에 드러난 시점이 2025년일 뿐, 그 씨앗이 된 판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세라티가 어느 지점부터 어긋났는지를 낱개 모델의 부진이 아니라 모기업 FCA가 짠 재무 전략에서 짚어보고, 그 연장선에서 오늘의 이 브랜드를 어떤 눈으로 봐야 할지까지 풀어가겠습니다. 세간에 흔한 "잔고장 잦고 값 잘 빠지는 차"라는 정리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이 아래에 담겨 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페라리의 희소성 프리미엄을 지켜주기 위해, 판매를 늘리는 짐을 마세라티가 대신 떠안았고, 그러다 제 희소성마저 소진해버린 브랜드가 바로 마세라티입니다. 자주 지목되는 네 가지 사인(死因), 그러니까 희소성 상실·원가절감·신뢰도와 잔존가치 붕괴·정체성 혼란은 서로 무관한 실수처럼 보여도, 실은 단 하나의 설계도에서 뻗어 나온 증상일 뿐입니다. 순서를 따라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2014년, 폭주한 성장은 출발점이면서 종착점이었다 2014년의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 해마다 몇천 대 팔던 브랜드를 5만 대급으로 끌어올린 두 장의 승부수 2014년, FCA를 이끌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Sergio Marchionne)는 5개년 청사진에서 2018년까지 마세라티가 해마다 75,000대를 팔아야 한다고 판매 목표를 못 박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연간 몇천 대 수준이던 브랜드에 사실상 열 배로 몸집을 키우라고 지시한 셈입니다. 물량용 세단으로 기블리가 배치됐고, 르반떼는 한 해 25,000대를 찍어낸다는 전제가 밑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숫자도 따라왔습니다. 동남아와 태평양 권역은 한 해 만에 252%가 뛰었고, 한국은 469%라는 이례적인 기록으로 그 권역 판매의 36%를 혼자 감당했습니다. 2017년에는 글로벌 판매가 51,500대에 이르며 꼭대기를 찍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듬해에 탈이 났습니다. 2018년 판매는 34,900대까지 고꾸라져 4년 전 자리로 되돌아갔습니다. 가파른 성장이 야금야금 깎아낸 것이 바로 "누구나 타는 차가 아니다"라는 인식 그 자체였던 탓입니다. 럭셔리 세계에서 팔린 대수는 매출이면서 동시에 비용이기도 합니다. 길거리에 기블리가 눈에 자주 띄는 만큼 트라이던트 엠블럼의 값도 함께 내려갔고, 5만 대를 소화한 2017년은 최고점에 오른 해이자 희소성이 말라버린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 급성장의 맨 앞자리에 한국 시장이 있었습니다. 469%라는 성장 수치는 곧 "기블리를 대량 판매용 세단으로 받아들인 시장"이라는 의미였고, 강남과 한남 일대에서 기블리가 낯익은 장면이 되기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밀려든 물량은 오늘날 국내 중고차 판에 두툼한 마세라티 풀(pool)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 대목은 글을 맺는 부분에서 사뭇 다른 뜻을 달고 다시 나타납니다.   숨은 원인은 페라리 상장이라는 더 큰 목표였다 2015년 페라리 IPO — 자본시장은 오직 페라리에게만 "럭셔리 기업" 대접의 값을 쳐줬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어째서 마르키오네는 럭셔리 브랜드더러 물량을 뽑으라고 했을까요. 정작 같은 인물이 같은 무렵 페라리에는 거꾸로 생산 한도를 두고 배타성을 지키라고 밀어붙였는데도 말입니다. 그 답은 자본시장에 놓여 있습니다. 페라리가 상장하기 직전, FCA의 럭셔리 부문은 그룹 전체 매출의 5%만 차지하면서도 영업이익(EBIT)의 21%를 뽑아내던 노른자였습니다. 마르키오네가 노린 것은 페라리를 자동차 만드는 회사의 배수(기업가치 3~6배)가 아니라 럭셔리 그룹의 배수(9~12배)로 값매김되게 하는 일이었고, 그 밑바탕에 깔린 조건이 바로 희소성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2015년 뉴욕 증시 상장에서 청약이 20배나 몰렸습니다. 시장은 "페라리는 럭셔리, 마세라티는 그저 그런 차"라는 식으로 몸값을 갈라놓았습니다. 이런 판 위에서 마세라티가 맡을 배역은 이미 짜여 있었습니다. 페라리가 물량을 눌러두는 동안 그룹의 성장 수치를 대신 메우는 일이었죠. 마세라티가 찍어낸 5만 대는 브랜드 차원의 전략이라기보다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지키는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페라리의 프리미엄이 단단해질수록 마세라티의 프리미엄은 태워 없어지는 식으로, 한 그룹 안에서 벌어지는 제로섬 구조가 2014년에 밑그림으로 그려진 것입니다.   원가절감에 멈춰 선 시계, 회계 셈법이 빚어낸 차 르반떼의 실내 — 시동 버튼과 각종 스위치가 그랜드 체로키와 똑같다는 점이 오너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물량 계획의 뒤편에는 회계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FCA의 5개년 계획은 멀티브랜드 아키텍처 표준화, 풀어 말하면 그룹끼리 부품을 나눠 써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적어뒀고, 그 셈법이 억대 가격을 붙인 차에까지 고스란히 적용됐습니다. 르반떼의 인포테인먼트도, 시동 버튼도, 창문과 와이퍼 스위치도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동일한 부품이었습니다. 골격과 엔진이 아무리 이탈리아에서 왔더라도, 오너가 날마다 손끝으로 닿는 자리에서는 대중차의 질감이 묻어났습니다. "벤츠 값 치르고 지프 부품 받는다"는 혹평은 이 무렵 남겨진 상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흘려버리면 안 되는 반대편 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부품 공유 논리가 이 차들에서 가장 미덥은 부분도 함께 빚어냈다는 점입니다.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르반떼의 변속기는 BMW는 물론 롤스로이스까지 쓰는 ZF 8단 자동, 바로 그 유닛입니다. 오너 커뮤니티에서 10년째 "이 차에서 가장 속 편한 부품"으로 지목되는 게 정작 이 공유 부품이죠. 정리하자면 표준화 자체가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디에서 공유했느냐였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구동계를 함께 쓴 건 실속 있는 선택이었지만, 오너가 매일 손끝으로 더듬는 감성적 접점까지 대중차와 나눠 쓰는 순간, 억대를 지불하며 품었던 오너의 기대가 무너져버린 것입니다. 한층 더 뼈아팠던 것은 세대교체가 멈춰버린 일입니다. 물량을 불리는 데 자금이 쏠린 사이, 새 모델을 만드는 작업은 뒤로 밀렸습니다. 기블리는 2013년에 나온 차가 풀체인지 한 번 없이 10년을 견뎠고, 콰트로포르테 6세대 역시 같은 해에 출시돼 똑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란투리스모 1세대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2년간 판매됐습니다. 경쟁 상대인 독일 차들이 7년 주기로 세대를 두 번이나 뒤엎는 사이, 마세라티 전시장의 차는 그 자리에 멈춰 있었습니다. 새 차의 신선함이 사라진 브랜드는 값을 깎아 물량을 유지했고, 그 할인은 다시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었습니다.   잔존가치, 서로를 물고 늘어진 악순환의 고리 5년 만에 62% 빠진 기블리의 감가 FCA 아래 있던 시절, 기블리와 르반떼는 신뢰성 평가에서 고급차 중 바닥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출시 초기 연식의 전자장비 잔고장과 들쭉날쭉한 품질이 나쁜 평판을 만들어냈고,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실제로 차가 나아진 뒤에도 몇 해나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평판이 중고 시세와 맞물리는 순간 악순환이 완성됩니다. 르반떼는 3년 사이 값어치의 절반가량인 약 50%가, 기블리는 5년에 62%가 날아갔습니다. 잔존가치가 주저앉으면 리스 잔가도 낮아져 다달이 내는 리스료가 뛰고, 새 차가 안 나가니 인센티브가 얹히고, 값 깎인 신차가 또 중고 시세를 짓누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굴러가기 시작한 이 톱니바퀴가 브랜드를 조금씩 옥죄었습니다.   정체성, 대체 무엇을 파는 브랜드였나 2016년 르반떼 — 브랜드의 운명이 걸린 SUV를 V6와 디젤부터 내놓으며 출발했다 네 번째 증세는 갈피를 못 잡은 방향성입니다. 포르쉐가 카이엔을 선보일 때는 노선이 또렷했습니다. 힘 좋은 V8을 맨 앞에 세워 "포르쉐다운 SUV"임을 먼저 입증한 다음, 거기서 아래 등급으로 내려왔죠. 마세라티는 정반대 길을 택했습니다. 브랜드의 운명이 걸린 첫 SUV 르반떼를 V6 가솔린과 유럽용 디젤로 먼저 꺼냈고, 절정을 보여줄 V8은 한참이 지나서야 올렸습니다. 세단에서 SUV로, 또 4기통 하이브리드로 라인업은 불어났지만 "오직 마세라티만 파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의 답은 자꾸만 뒤로 밀렸습니다. 전동화 국면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되풀이됐습니다. 폴고레 라인으로 방향을 확 틀겠다고 외쳐놓고는, 막상 그 상징이 됐어야 할 MC20 폴고레는 수요가 모자란 탓에 빛도 보지 못한 채 접혔습니다.   이미 예정돼 있던 이별, 페라리 엔진 공급의 종료 네튜노 V6 — 페라리와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쥔, 20년 만의 독자 엔진 이 짜임새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엔진입니다. 2002년 이후로 마세라티의 모든 차에는 페라리가 빚어낸 심장이 얹혔고, 2017년을 기준으로 페라리는 마세라티에 엔진을 넘기며 해마다 3억 유로의 매출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페라리는 마세라티에 대한 엔진 공급을 끝내겠다고 선언합니다. 상장 기업이 된 페라리 입장에서 마세라티는 이제 남남인 회사였고, 자원을 한곳에 모으고 배타성을 키운다는 상장 논리 앞에서 이 거래는 언젠가 접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공급은 결국 2023년을 마지막으로 실제 막을 내렸습니다. 마세라티는 그제서야 20년 만의 독자 엔진인 네튜노(Nettuno) V6를 세상에 꺼냈습니다. F1에서 물려받은 프리챔버 연소 기술을 양산차에 옮겨 심은, 기술만 놓고 보면 갈채를 받아 마땅한 엔진입니다. 아쉬운 대목은 타이밍입니다. 자기 힘으로 돌아가는 심장은 브랜드가 가장 잘나가던 시기를 한참이나 넘긴, 물량도 평판도 다 바닥난 뒤에야 당도했습니다.   마세라티는 무너진 게 아니라, 소진된 것이다 이제 네 가지 증세를 한 줄로 엮어보겠습니다. 물량 확대(희소성 상실)는 페라리를 상장시키기 위한 그룹 성장 수치였고, 부품 공유와 멈춰버린 세대교체(원가절감)는 그 물량을 이익으로 바꾸려는 회계 방침이었으며, 신뢰도 하락과 잔존가치 붕괴는 그 원가절감이 소비자의 믿음을 깎아 지불한 대가였고, 정체성 혼선은 브랜드 전략이 아니라 그룹의 재무 전략이 핸들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보이던 네 가지 증세는 결국 단 하나의 결단, 곧 "페라리를 럭셔리로 상장시키려고 마세라티에게 자동차 회사 노릇을 떠맡긴다"는 2014년의 선택으로 모여듭니다. 그런 까닭에 마세라티의 지난 10년은 무능한 브랜드가 주저앉은 실패담이 아닙니다. 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이 전략은 먹혔습니다. 페라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값비싼 자동차 주식으로 올라섰으니까요. 다만 그 성공에 든 비용을 마세라티의 브랜드 가치가 대신 떠안았을 뿐입니다. 가장 씁쓸한 역설은 마르키오네 스스로가 그 반대 사례를 입증했다는 데 있습니다. 페라리는 그의 지휘 아래 물량을 야금야금 늘려가면서도 가격을 정하는 힘과 배타성을 함께 지켜냈습니다. 희소성을 다스리며 커나가는 방법을 그는 이미 꿰고 있었던 셈입니다. 똑같은 CEO가 한쪽 브랜드에는 그 치밀한 전략을, 다른 쪽에는 정반대의 전략을 갖다 쓴 것이죠. 마세라티의 비극은 몰라서 벌어진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밀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마세라티를 골라도 되는 까닭 네튜노를 얹은 새 세대 — 몰락의 서사 바깥에서, 차 그 자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까지가 냉정하게 본 붕괴의 얼개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얼개 덕분에, 오늘이 오히려 사는 쪽에 유리한 판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근거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값 떨어질 만큼 다 떨어졌습니다. 5년에 62%라는 기블리의 감가는 첫 주인에게는 손해였지만, 감가가 다 끝난 매물을 집는 사람에게는 브랜드가 안은 위험이 값에 미리 다 반영된 진입로가 됩니다. 페라리가 손수 조립하던 시절의 V6·V8 심장과 이탈리안 GT 특유의 디자인·사운드를 독일 준대형 세단 가격으로 만날 통로는, 지금으로선 중고 마세라티가 거의 유일합니다. 몰락이 빚어낸 할인인 만큼, 그 사정을 아는 사람만이 이 할인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둘째, 신뢰도가 낮은 건 맞지만 속을 헤집어 보면 그 상당 부분이 초기 연식의 전자장비 잔고장과 인포테인먼트 관련 불만입니다. 기계적인 약점은 체인 가이드처럼 종류가 콕 집혀 있고, 10년어치 오너 데이터가 축적된 덕에 "어디를 살피면 되는지"가 이미 정리돼 있습니다. 언제 무엇이 터질지 종잡을 수 없는 차와, 봐야 할 지점이 알려진 차는 결코 같은 위험이 아닙니다. 셋째, 원가절감이 남긴 흉터가 두 번째 주인에게는 오히려 복으로 뒤바뀝니다. 지프·램과 부품을 나눠 쓴 덕분에 소모품과 전장 부품 상당수가 값싸고 구하기 수월하며, 변속기는 BMW·롤스로이스도 쓰는 ZF 8단이라 어느 정비소에 가도 생소하지 않습니다. 솜씨 좋은 독립 정비소를 이용하면 공임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집계도 나와 있습니다. "벤츠 값에 지프 부품"이라던 그 평가를 뒤집으면 "지프 유지비로 누리는 마세라티 감성"이 되는 셈입니다. 넷째, 브랜드가 밑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조짐들이 하나둘 보입니다. 네튜노라는 독자 심장, 그레칼레와 GT2 스트라달레로 이어지는 새 세대, 그리고 트라이던트 100주년에 맞춘 라인업 재정비까지 말이죠.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미 값에 다 반영된 상태에서 나오는 개선 신호는, 지금 발을 들이는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쓸 만한 중고 마세라티 고르기 (1) 그란투리스모, 미래 클래식 노선 그란투리스모 스포트 — 페라리가 손수 조립한 자연흡기 V8을 품은 마지막 세대 GT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마세라티는 어떤 모델을 고르느냐가 아니라 어떤 개체를 고르느냐가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그 가운데 지금 가장 주목할 두 모델, 그란투리스모와 콰트로포르테부터 짚어보겠습니다. 1세대 그란투리스모(2007~2019)는 이 브랜드 안에서도 결이 다른 물건입니다. 감가가 끝난 세단을 저렴하게 잡는 접근과는 별개로, 페라리가 조립한 자연흡기 F136 V8을 얹고 12년을 이어간 단일 세대 GT를 미래의 클래식으로 미리 확보하는 접근이 통하는 차입니다. 신형 그란투리스모가 터보 네튜노로 넘어간 오늘날, 자연흡기 페라리 사운드는 이제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조합이 되어버렸습니다. 고를 때 따질 기준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무엇보다 변속기입니다. ZF 6단 토크컨버터 자동은 사실상 고장 없는 물건으로 통하는 반면, MC시프트(로봇 수동)는 도심 주행에서 클러치가 금세 닳고 갈아 끼우는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변속이 거칠어지는 개체라면 위험 신호이고, MC시프트를 살 작정이라면 클러치가 얼마나 남았는지 재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난한 답은 ZF입니다. 둘째, 바리에이터(캠 가변장치)입니다. 이 엔진에서 악명 높은 냉간 시동 래틀의 원흉으로, 4.2와 4.7 둘 다 예외가 아닙니다. 공장에서 개선이 반영된 경계선이 뚜렷합니다. 엔진 번호 148697, 대략 2010년 9월 이후 조립된 물량부터 대책 부품이 적용됐습니다. 그보다 앞선 개체는 바리에이터를 교체한 이력이 있는지가 값을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셋째, 어느 연식이냐입니다. 완성도와 사양 면에서는 2013~2017년식 그란투리스모 스포트(4.7과 ZF 조합)와 막바지 물량인 2018~2019년식이 앞순위이고, 초기물인 2007~2008년식과 클러치 점검이 안 된 2009~2012 MC시프트 개체는 뒷순위로 밀립니다. 쿨런트 호스가 삭는 현상과 자잘한 전장 잔고장은 이 차에서 늘 따라붙는 항목이라, 이력에 손본 자취가 보이면 오히려 점수를 더 줄 만합니다.   쓸 만한 중고 마세라티 고르기 (2) 콰트로포르테, 세대마다 다른 두 전략 콰트로포르테 5세대와 6세대 — 이름은 하나지만, 사는 전략은 판이하게 갈리는 두 대의 차 콰트로포르테는 세대가 무엇이냐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집니다. 5세대(2003~2012)는 그란투리스모와 동일한 자연흡기 F136 V8을 얹은 차로, 지금 눈으로 보면 값싼 이탈리안 스포츠 세단입니다. 이 세대에서도 변속기가 운명을 좌우합니다. 초기의 듀오셀렉트(싱글클러치 자동화 수동)는 도심 위주로 굴리면 클러치가 2만 마일(약 3만 2천 km) 만에 수명을 다한 사례가 있을 만큼 빨리 닳고, 유압 셀렉터 수리비도 큽니다. 2007년부터 함께 나온 ZF 자동은 매끄럽고 말썽이 적습니다. 흥미로운 구분점 하나는 윤활 방식입니다. 듀오셀렉트 개체는 드라이섬프, ZF 개체는 웻섬프를 써서 이 둘은 기계적으로도 서로 다른 차입니다. 엔진 자체는 튼튼한 편이고 약간의 오일 소모나 캠커버 배어남은 이 엔진에서 정상 범주로 여겨집니다. 이 세대는 주행거리가 짧은 매물이 흔한 만큼 주행거리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얹어줄 까닭이 없고, 상태 좋은 듀오셀렉트를 시세보다 훨씬 싸게 잡는 역발상 역시 클러치 점검을 전제로 하면 충분히 통합니다. 6세대(2013~)는 앞서 살핀 붕괴 서사의 정중앙에 놓인 차라, 기블리와 똑같은 연식 지도를 따릅니다. 전장과 소프트웨어가 다듬어진 2017년식 이후를 기준선으로 삼고, V6 개체라면 체인 가이드·텐셔너 이력과 냉간 래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세대의 하이라이트는 GTS입니다. 페라리가 조립한 F154 3.8 트윈터보 V8을 얹은 사양으로, 만들어진 대수가 적어 감가 노선이 아니라 희소가치 노선으로 따로 봐야 합니다. V8 콰트로포르테는 지금 시세로 성능 대비 가장 저평가된 대형 세단 축에 듭니다.   모두에게 통하는 점검 목록, 그리고 마지막 하나 기블리와 르반떼에도 동일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기블리는 2017년식 이후·2020년식을 우선, 르반떼는 2021~2023년식을 우선). 어떤 모델이든 마지막에 확인할 항목은 똑같습니다. 차게 식은 상태에서 처음 시동을 건 직후 5~30초에 귀를 기울입니다. 바리에이터든 체인이든, 이 브랜드에서 값비싼 고장은 대개 그 소리로 미리 신호를 보냅니다. 이력의 질도 따져봅니다. 짧은 간격으로 남긴 오일 교환 기록은 유압 부품 수명을 보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반드시 PPI(구매 전 정밀 점검)로 짓습니다. 리프트에 올려 하부 누유를 살피고 여건이 되면 보어스코프까지 동원합니다. 이 브랜드에서 수십만 원짜리 점검 비용은 보험을 넘어 값을 깎는 협상의 무기가 되어줍니다.

2026-07-21T03:0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