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토르칼, 107년 만에 나오는 첫 전기차를 공개 3주 전에 미리 살펴봤습니다

벤틀리 토르칼, 107년 만에 나오는 첫 전기차를 공개 3주 전에 미리 살펴봤습니다

9월 23일 런던에서 벤틀리 토르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07년 브랜드 역사를 통틀어 처음 나오는 순수 전기차죠. 실차는 아직 공개 전입니다. 벤틀리가 내놓은 자료라고 해봐야 티저 몇 장에 보도자료 네댓 건이 다이고, 위장막을 두른 프로토타입에 해외 기자들이 동승한 뒤 쓴 후기가 지난달 말 몇 편 올라온 게 전부예요. 그 기자들도 조수석이나 뒷자리에만 앉았을 뿐 운전대를 직접 잡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흩어진 조각을 맞춰보니 윤곽은 제법 잡히더라구요. 3주 뒤 무대에 어떤 차가 올라올지 먼저 그려봤습니다. 벤틀리가 공개한 토르칼 티저 이미지 토르칼이라는 이름의 유래 토르칼(Torcal)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실제로 있는 지명에서 왔습니다. 엘 토르칼 데 안테케라라는 석회암 지대로, 바위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의 카르스트 지형이죠. 수백만 년에 걸쳐 자연이 깎아낸 절벽과 미로 같은 형상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게 벤틀리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라틴어 '토르케레(torquere)'도 같이 얹혀 있어요. '비틀다'라는 의미로, 토크(torque)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바위를 비틀어 빚어낸 게 바람이라는 식으로 두 가지 의미를 한데 묶었더라구요. 솔직히 조금 억지스러운 작명이긴 합니다. 다만 컨티넨탈, 벤테이가처럼 오래 끌고 갈 네 번째 모델 라인이다 보니 벤틀리로서는 신중하게 골랐을 거예요. 838마력으로 역대 벤틀리 중 가장 강합니다 9월 3일 벤틀리가 공식적으로 꺼낸 이야기는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양산 벤틀리 가운데 역대 가장 강력한 차, 그리고 역대 가장 빠르게 가속하는 차가 된다는 것이죠. 세부 수치는 대부분 프로토타입 브리핑 자리에서 새어 나온 내용이에요. · 최고 출력은 838마력(850PS) · 최대 토크는 1,000Nm · 0-100km/h 가속은 3초 초반, "3초 미만"이라고 표현한 곳도 있습니다 · 공차 무게는 약 2,700kg · 구동 방식은 듀얼 모터 4륜구동 이전까지 벤틀리에서 가장 힘이 센 차는 컨티넨탈 GT 스피드였죠. 4.0 V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얹어 771마력을 냈고 0-60mph는 3.1초였습니다. 토르칼은 그보다 67마력이 더 높습니다. 티저에는 앞 펜더와 후드 일부만 보였다 배터리와 충전 성능 예상치 뼈대는 폭스바겐 그룹의 PPE 플랫폼으로 전해집니다. 포르쉐 전기 카이엔과 형제 관계인 셈이죠. 앞쪽 모터는 아우디 Q6 e-트론에서, 뒤쪽 모터는 카이엔 일렉트릭에서 가져왔다고 전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매체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엇갈립니다. 113kWh로 적은 곳이 가장 많고, 112kWh나 108kWh라고 쓴 곳도 보이네요. 벤틀리가 확정 발표를 아직 하지 않았으니 공개일이 되면 하나로 모일 겁니다. 800V 아키텍처를 쓴다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급속충전 출력은 최대 390kW에서 400kW 사이로 보이고, 10에서 80%까지 20분 안쪽에 끝난다는 이야기가 공통으로 나오고 있어요. 연구개발 총괄 마티아스 라베는 이 부분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리는 것만 빠른 게 아니라 충전도 빠릅니다. 100마일을 채우는 데 7분도 걸리지 않아요." 7분에 160km를 채운다는 얘기라 실제로 타고 다닐 때 체감이 꽤 클 것 같습니다. 주행거리 목표는 WLTP 기준 600km인데, 22인치 휠을 기준으로 한 수치라는 언급이 있었으니 기본 21인치라면 조금 더 나올 수도 있겠어요. 1,000마력을 넘기지 않은 건 의도된 선택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대목이 여기였어요. 형제차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푸시투패스를 쓰면 1,139마력까지 올라갑니다. 부품을 나눠 쓰는 관계인데도 벤틀리는 838마력에서 선을 그었죠. 토르칼 제품라인 디렉터 마틴 페이지는 네 자리 출력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벤틀리가 줄곧 꺼내는 말이 '에포트리스 프로그레션(effortless progression)'이에요. 힘들이지 않고 나아간다는 의미로, 페달을 밟는 순간 언제든 더 나갈 여유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최대 출력 숫자보다는 언제 밟든 바로 반응한다는 감각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조금 아이러니한 장면도 나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벤틀리인 토르칼의 최고속도가 250km/h로 제한된다고 알려졌거든요. 335km/h인 컨티넨탈 GT 스피드와 비교하면 한참 낮습니다. 가장 힘센 벤틀리이면서 가장 느린 벤틀리 가운데 하나가 되는 셈이죠. 사실 전기차라면 어느 차나 겪는 일이긴 합니다. 고속으로 오래 달리면 배터리가 금방 바닥나니 어차피 의미가 없거든요. 엔진음이 빠진 자리를 드럼이 채웁니다 토르칼에서 가장 벤틀리답다고 느낀 시도는 바로 이것이었어요.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출발점부터 재미있어요. 개발팀이 자사 V8 엔진 소리를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분석해봤더니,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배기음 그 자체보다 리듬이라는 결론에 닿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검증에 들어갔죠. 한쪽에서는 파라볼릭 스피커로 V8 녹음을 틀고 맞은편에는 드러머를 앉힌 뒤, 그 사이를 오가며 두 소리를 비교했다고 해요. 두 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고 합니다. 벤틀리는 이렇게 설명했어요. "드럼 연주와 내연기관이 함께 지닌 미세한 불완전함이 더 진짜 같고 인간적인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담긴 악기가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 기타예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했다는 것까지만 공개했고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스 짐머를 전면에 세웠던 BMW와는 정반대 전략인데, 공개일에 밝히려고 아껴두는 듯하네요. 작동 방식은 특히 잘 짰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도에 맞추는 게 아니라 모터가 지금 하는 일에 연동되거든요. 토크를 얼마나 끌어내고 있는지에 따라 비트가 빨라지고 음은 낮아집니다. 발을 떼면 템포가 느려지고, 정속 순항에 들어가면 소리가 아예 사라져요. 회생제동이 걸리는 순간도 소리로 알려줍니다. 모드는 세 가지입니다. 컴포트에서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기본은 벤틀리 모드이며, 스포츠로 올리면 음이 더 깊어져요. 볼륨을 조절할 수 있고 완전히 꺼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영감의 원천은 예전 컨티넨탈 R에 올라가던 6.75리터 푸시로드 V8이라고 해요. 그 엔진의 점화 순서를 타악기로 옮겨 놓았다는 설명입니다. 감성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전기차에서 멀미가 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속은 되는데 소리가 없어 몸이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사운드가 그 신호 역할을 대신 해주거든요. 벤테이가보다 작은 차체 이 부분도 예상과 달랐습니다. 토르칼은 벤테이가를 전기차로 바꾼 모델이 아니에요. 전장은 5m에 살짝 못 미치고 벤테이가보다 120mm 짧아요. 벤테이가 롱휠베이스와는 300mm 차이가 납니다. 루프라인 역시 더 낮고요. 그래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덕에 실내 공간은 벤테이가와 비슷하다고 벤틀리는 설명합니다. 가격 역시 벤테이가보다 아래에 자리합니다. CEO 프랑크슈테펜 발리저의 말은 이랬습니다. "아주 다재다능한 콘셉트입니다. 장거리에도 쓸 수 있고 도심에서도 쓸 수 있죠. 새로운 고객도 끌어오고 싶고, 이 콘셉트가 벤틀리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해준다고 봅니다." 라베 역시 회전반경이 좋아 도심에서 민첩하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벤틀리가 이 차를 처음 소개하며 꺼낸 표현이 '첫 진정한 럭셔리 어반 SUV'였는데, 방향이 그쪽으로 맞춰진 듯합니다. 실내를 채운 진짜 소재들 실내 쪽은 벤틀리가 티저를 통해 이미 꽤 많이 공개했습니다. 시트에는 100% 메리노 울을 씁니다. 영국 서머싯에서 18세기에 설립된 직물업체 폭스 브라더스와 함께 개발했는데, 자동차용 내구 기준을 통과한 첫 메리노 울 원단이라는 게 벤틀리 주장이에요. 색상은 여섯 가지가 준비되고 책임 있는 양모 기준 인증도 받았다고 합니다. 우드 트림은 만드는 방식이 꽤 독특해요. 옴브레 베니어라는 이름인데, 호두나무 자투리와 재생지를 최대 1,000겹까지 압착한 뒤 1mm 미만 두께로 얇게 썰어냅니다. 딥 블랙에서 시작해 다크 스모크와 라이트 스모크를 지나 내추럴 월넛에 이르는 네 단계 그라데이션이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죠. 버려지던 자투리가 1급 소재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세 방향으로 브러시 가공한 멀리너 선버스트 알루미늄도 들어갑니다. 전쟁 전 벤틀리들의 엔진 터닝 금속 대시보드에서 따온 무늬죠. 실내 조명 일부는 영국 컴브리아 크리스털에 제작을 맡긴 수제 핸드컷 크리스털을 거쳐 나옵니다. 눈길이 가는 결정도 하나 있었어요.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없습니다. 카이엔이나 타이칸에는 다 들어가는 장비인데 벤틀리는 일부러 뺐죠. 화면보다 소재와 마감을 보여주겠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공조, 볼륨, 주행보조 조작 역시 물리 버튼을 상당수 남겨뒀어요. 캐빈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에는 '큐레이션 엔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조명과 사운드, 공조, 공기질, 정보 표시를 한꺼번에 조율하는 장치로, 감각 신경과학을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이에요. 모드는 네 가지입니다. 기본인 벤틀리 모드, 조명을 낮추고 정보 표시까지 줄이는 컴포트 모드,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스포츠 모드, 그리고 토르칼에만 들어가는 리프레시 모드죠. 리프레시 모드는 외기 순환을 늘리고 조명을 밝게 바꿔 장거리 피로를 덜어주는 용도입니다. 실내는 메리노 울과 옴브레 베니어로 채워진다 동승한 기자들의 엇갈린 평가 솔직히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이 대목입니다. 영국 오토익스프레스는 앞자리와 뒷자리 모두 조용하고 편안했다며 벤틀리 DNA에 맞는 차라고 평가했어요. 곡선 진입로에서도 머리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롤을 잘 억제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evo는 디자인을 다림질이 잘 된 셔츠처럼 날카로운 주름에 빗댔고, 실내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넓다고 적었죠. 미국 에드먼즈의 시선은 반대로 꽤 차가웠습니다. 뒷좌석 지지력은 좋지만 단단한 편이라, 벤테이가 뒷자리 특유의 파묻히는 느낌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토르칼의 성격은 포르쉐 쪽에 가깝고, 제대로 된 벤틀리라고 하기에는 마법이 모자라 보인다." 아예 기사 제목부터 "토르칼은 제대로 된 벤틀리인가"였어요. 뒷좌석에 모시고 타는 차가 아니라 앞자리에서 직접 운전하는 차로 설계됐다는 것이 이 기자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이런 지적이 나올 걸 벤틀리도 예상했는지, 라베가 먼저 방어막을 쳐뒀더라구요. "아주 진짜에 가까운 벤틀리다움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타보시면 느껴집니다." 다만 위장막을 두른 프로토타입에 저속으로 동승해본 게 전부여서 판정을 내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838마력 가운데 실제로 보여준 부분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벤틀리에게 토르칼이 절실한 이유 배경을 조금 알고 나면 이 차가 짊어진 무게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벤틀리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20.1%였다가 2024년 14.1%로, 2025년에는 8.3%까지 떨어졌습니다. 영업이익도 5억 8,900만 유로에서 2억 1,600만 유로로, 2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어요. 작년에는 275개 포지션을 감축했고 인도 대수 역시 5% 줄었습니다. 7년 연속 흑자는 지켜냈지만 흐름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죠. 중국 럭셔리 시장은 크게 움츠러들었고 미국에서는 관세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게다가 크루 공장을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드림 팩토리' 프로젝트에 25억 파운드를 쏟고 있죠. 디자인 센터는 작년 7월 문을 열었고, 새 도장공장과 전기차 조립 라인은 올해 완공됩니다. 크루 공장은 25억 파운드를 들여 전기차 생산 체제로 바뀌고 있다 전동화 계획 역시 한 차례 크게 늦춰졌어요. 2020년 첫 발표 때는 2030년까지 완전 전기 브랜드가 되겠다고 했는데, 2024년 11월에 그 목표를 2035년으로 5년 미뤘습니다. 첫 전기차 일정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갔죠. 발리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2019년에 예측했던 것과 시장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벤틀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가 그렇습니다." 그 대신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해마다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하나씩 내놓고, 2030년대 내내 내연기관 파생 모델도 함께 가져갑니다. 예상되는 가격대 가격에 대해 벤틀리가 확인해준 내용은 벤테이가보다 저렴하다는 것 하나입니다. 2026년형 벤테이가의 미국 가격이 23만 150달러여서 해외 매체들은 20만에서 25만 달러 사이로 내다보고 있어요. 국내에 들어오면 옵션과 세금이 더해져 훨씬 높아지겠죠. 참고로 국내 벤테이가 가격은 2억 원대 후반에서 3억 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프로토타입 약 60대가 테스트 중이다 경쟁 구도 안에서 보면 자리가 다소 애매하긴 해요. 형제차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1,139마력에 WLTP 669km인 반면 토르칼은 838마력에 600km입니다. 출력과 주행거리 모두 밀리죠. 며칠 전 나온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550마력으로 힘이 훨씬 약하지만 영국 기준 15만 4,070파운드라 값은 훨씬 저렴합니다. 결국 토르칼은 성능으로 이기는 차라기보다 소재와 마감, 사운드처럼 감각적인 부분으로 가격을 납득시켜야 하는 차입니다. 실내 소재 티저에 벤틀리가 왜 그렇게 공을 들였는지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분명한 점 하나는 초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전기 SUV를 먼저 내놓는다는 사실이에요.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여전히 V12이고 전기 버전 소식도 없으니까요. 공개일에 지켜볼 포인트 아직 나오지 않은 정보도 꽤 됩니다. 정확한 배터리 용량과 브레이크 사양, 공식 제원표, 가격, 그리고 사운드를 만든 음악가가 누구인지까지요. 838마력을 넘는 S 버전이 있다는 이야기도 매체 두 곳에서 나왔는데, 이 역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도 시점은 유럽이 2027년 봄, 미국이 2027년 초로 예상됩니다. 국내 도입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나온 이야기가 없어요. 저는 사운드가 가장 궁금합니다. 전기차에 가짜 소리를 넣으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대부분 신시사이저로 만든 우주선 소리 수준에 머물렀잖아요. 실제 연주자를 데려와 녹음하고, 속도가 아닌 토크에 연동시킨 접근은 처음 봅니다. 촌스럽게 들리면 그냥 웃음거리가 될 테고, 잘 나왔다면 다른 브랜드들도 따라 하겠죠. 벤틀리 오너이시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 분들은 벤틀리의 전기차 출시가 어떻게 다가오시나요. 838마력에서 멈춘 결정이 자신감으로 읽히시는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보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2026-09-04T03:0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