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굿우드 총정리 — 내연기관이 벌인 마지막 잔치

2026 굿우드 총정리 — 내연기관이 벌인 마지막 잔치

올해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가 치러진 날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폭염이었음에도, 언덕길을 치고 오르는 머신들의 배기음과 휘발유 냄새만큼은 예년보다 한층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V10과 V12, 나아가 플랫8마저, 자취를 감춰 가는 내연기관들이 마치 마지막 무대인 양 힐클라임을 질주한 덕분이었습니다. 미국 매체 모터트렌드가 이번 굿우드에서 "가장 쿨한 차"로 선정한 여덟 대를 하나씩 살펴보면 흐름이 크게 두 갈래로 갈립니다. 첫째는 내연기관을 향한 짙은 그리움이고, 둘째는 하이브리드와 전기 쪽으로 옮겨 가는 오늘날 시장의 모습입니다.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 찌는 더위에도 휘발유 향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던 힐클라임 결국 정상은 전기차 몫, 스바루 브라타루가 남긴 상징 스바루 브라타루 — 내연기관 가운데 선두였으나, 그보다 앞선 세 대는 죄다 전기 프로토타입 이번 축제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을 연출한 주인공은 스바루 브라타루였습니다. 익스트림 스포츠 드라이버 트래비스 파스트라나의 손에 맡겨진 이 차는 타임드 슛아웃에서 종합 4위를 기록했고, 내연기관을 얹은 차들 중에서는 단연 선두였습니다. 다만 그보다 위에 자리한 세 대가 모조리 전기 프로토타입이었으며, 거기에는 포뮬러 E 레이스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게 아쉬운 대목입니다. 가장 새로운 짐카나 영상 촬영을 위해 제작된 이 모델은 옛 스바루 브랫(BRAT)을 오늘날 감각으로 재해석한 차입니다. 2.0 터보 복서 4기통 엔진은 9,500rpm 위쪽까지 회전을 끌어올리며 670마력과 94kg·m를 뿜어내고, 카본 차체에는 여닫히는 프런트 루버와 각도가 바뀌는 리어윙이 달렸습니다. 본래 짐카나 목적으로 탄생한 만큼, 스바루 기술진은 굿우드처럼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을 소화하도록 세팅을 꽤 많이 다듬어야 했습니다. 휘발유의 잔치에서 가장 날랜 가솔린 머신이 전기차 세 대에 뒤처졌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굿우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보여 줍니다. 곳곳에 붙은 '최후의 V8·V10·V12' 꼬리표 레드불 RB17 — 애드리안 뉴이가 팀을 떠나기에 앞서 매듭지은 최후의 작품, 전 세계 단 50대 이번 굿우드에서 주목받은 차들 중 상당수는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레드불 RB17의 다이내믹 데뷔가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명장으로 불리는 엔지니어 애드리안 뉴이가 레드불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과제로 그려 낸 첫 양산 모델이며, 언덕을 오른 인물은 전직 F1 드라이버 유키 츠노다였습니다. 4.5 자연흡기 V10에 하이브리드를 결합해 출력은 1,200마력을 웃돌고, 카본 섀시 덕에 차중은 907kg 밑으로 억눌렀습니다. 생산 대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50대뿐이고 가격은 대략 680만 달러(90억 원대)에 이릅니다. F1에 버금가는 실력을 개인 오너의 손에 쥐여 주겠다는 트랙 전용 머신입니다. 맥라렌은 788HS를 선보일 무대로 굿우드를 택했습니다. 지금의 V8 플랫폼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완성형이라고 소개하며 생산 대수를 200대로 한정지었습니다. 4.0 트윈터보 V8은 777마력에 82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은 2.8초, 최고 속도는 약 330km/h(205mph)에 달합니다. 765LT를 능가하는 다운포스를 만들어 내는 새 에어로 패키지로 몸을 감쌌고, 맥라렌은 차세대로 넘어가기에 앞서 V8 슈퍼카 혈통에 찍는 마침표라고 이 차를 규정했습니다. 포르쉐와 오랜 인연을 이어 온 독일 브랜드 루프(RUF)는 독자적으로 만든 4.8L 플랫8 복서 엔진을 처음 내놓았습니다. 출력은 986마력, 토크는 102kg·m입니다. 이번에는 CTR3 에보 프로토타입에 실려 등장했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움직일 심장이기도 합니다. 루프의 CEO 에스토니아 루프는 전동화로 쏠리는 대세와 거리를 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부스 앞을 빼곡히 메운 관객이 그 결정에 화답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알고 보면 그 '가솔린' 상당수가 하이브리드 토요타 GR GT — 렉서스 LFA 이래 가장 뜻깊은 토요타표 고성능 모델 눈여겨볼 지점은 이 내연기관 그리움을 이끈 차들이 정작 순수 가솔린인 경우가 드물었다는 사실입니다. 토요타는 자사의 새 헤일로 슈퍼카 GR GT를 실제로 주행하는 장면과 함께 처음 공개했습니다. 4.0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V8이 641마력과 87kg·m를 뿜어내는 이 차는 렉서스 LFA 이후 토요타에서 가장 뜻깊은 고성능 모델이 될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덴마크 젠보는 신형 하이퍼카 오로라를 양산을 코앞에 둔 검증용 프로토타입 두 대로 공개했는데, 6.6L 쿼드터보 V12 단독으로도 1,250마력을 내고 여기에 전기모터 세 개를 보태 도합 1,850마력에 이릅니다. 양산 도로용 차량에 올라간 V12 파워트레인 가운데 가장 세다는 것이 젠보 측 주장입니다. 자연흡기만을 고수한 차는 이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귀해졌습니다. 출력 대신 가벼움으로 맞선 프라가 보헤마 프라가 보헤마 — 무게 약 1톤의 체코산 하이퍼카, 700마력의 한계를 경량으로 극복한다 한편에는 수치 경쟁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 차도 있었습니다. 체코의 소규모 제조사 프라가가 슈퍼카 패독에 내세운 보헤마는 차중이 겨우 약 1톤(2,205파운드)에 그칩니다. 닛산 GT-R에서 빌려 온 3.8 트윈터보 V6가 700마력을 내는데, 1,850마력쯤은 예사가 된 요즘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소박하게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극도로 가벼운 몸무게가 보헤마를 이번 축제에서 손꼽히게 짜릿한 차로 끌어올렸습니다. 모터트렌드 기자가 조수석에 함께 타고 언덕을 올라 본 결과, 지상고가 약 10cm에 불과한 이 차가 굿우드의 고속 코너를 믿기 힘들 만큼 안정적으로 노면에 붙어 돌아 나갔다고 합니다. 가격은 약 160만 달러(20억 원대)선에서 출발하며, 미국 내 인도도 머지않아 시작됩니다. 덤으로, 시속 111km를 낸 레고까지 레고 코닉세그 사다이르스 스피어 — 부품 327,906개로 쌓아 올려 시속 111km를 기록한 역대 최고속 주행 레고 이 무대가 전부 휘발유로 달아오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레고와 코닉세그가 실제 크기 그대로 제작해 정말로 주행까지 되는 코닉세그 사다이르스 스피어(Sadair's Spear) 모형이 굿우드를 찾았습니다. 레고 테크닉 부품 327,906개를 이어 붙이고 피렐리 P제로 트로페오 R 타이어를 끼운 이 차량은 시속 111km(69mph)에 도달해, 달릴 수 있는 레고 차 가운데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실물 크기 모형은 이번에 새로 출시된 1:8 스케일 테크닉 키트(4,104피스)를 기념하고자 만들어졌으며, 조향과 서스펜션이 진짜로 움직이고 V8 엔진과 9단 변속기까지 담아냈습니다. 축제에 재치를 더한 존재였던 셈입니다.

2026-07-15T03:0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