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내연기관 박스터를 단종시켰던 포르쉐가, 이제는 전기와 가솔린을 한 세대 안에서 같이 굴리기 로 노선을 다시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기 박스터의 등장 자체보다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그 데뷔가 해를 거듭해 밀리는 동안 포르쉐 안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배터리 협력사의 도산,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추락, 여기에 되살아난 플랫식스까지 얽혀 있죠. 이번 글에서 다룰 내용은 신형 박스터의 트림 구성 전망, 출시가 이토록 복잡하게 꼬여 버린 사연, 그리고 마지막 내연기관 세대로 남게 된 지금의 718이 중고 시장에서 어떤 값을 받는지입니다. 전기 박스터가 열고, 가솔린 박스터가 다시 돌아온다 지금의 718 스파이더 RS에 들어간 4.0 자연흡기 플랫식스 — 다음 세대까지 명맥을 이어 갈 심장의 뿌리 본래 차세대 718(코드명 983)은 "전기 전용" 이라는 콘셉트로 밑그림이 잡혀 있었습니다. 박스터와 카이맨(Cayman)을 전동화의 선봉에 세우고, 911은 그 뒤에 손대는 것이 계획된 순서였죠. 그런데 포르쉐가 도중에 태도를 완전히 바꿉니다.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CEO가 현행 내연기관 라인의 생산 기간을 늘리는 한편, 차세대의 "상위 버전"에는 내연기관을 다시 얹겠다 는 방침을 사실상 못 박은 것입니다. 짚어야 할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차세대 박스터는 전기차 형태로 먼저 데뷔하고, 가솔린 사양이 그 뒤를 잇는다는 점. 그리고 그 가솔린 사양은 모든 트림이 아니라 오직 윗급에만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내연기관 박스터가 다시 온다"는 표현은 틀리지 않지만, 아무나 손쉽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돌아오는 건 아닌 셈이죠. 신형 박스터 트림 전망 — 밑단은 전기, 꼭대기는 가솔린 차세대 718 박스터 EV 시제차 뒷모습 — 800볼트 구조를 바탕으로 삼은 베이스 라인 지금까지 나온 보도를 한데 모아 보면, 신형 박스터의 트림은 대체로 세 갈래로 나뉠 공산이 큽니다. 다만 라인업이 아직 공식적으로 못 박힌 상태는 아니어서, 아래 내용은 스파이샷과 여러 매체 보도를 토대로 삼은 추정임을 밝혀 둡니다. 1. 베이스 전기 트림 (싱글 모터 후륜) 가장 아래 입문 라인은 뒷차축에 모터를 하나만 얹은 후륜구동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기 마칸(Macan)이 쓰는 것과 같은 800볼트 PPE 계열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곧바로 터지는 토크와 낮게 깔린 무게중심을 강점으로 내세우죠. 여기서 포르쉐가 제일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박스터 하면 떠오르는 "고카트 같은" 날렵함을 전기차에서도 재현하는 일입니다. 그 감각이 살아 있어야 비로소 전기 박스터가 명분을 얻습니다. 2. GTS급 듀얼 모터 (사륜 고성능) 중상위 자리에는 앞뒤 양쪽 모터를 함께 돌리는 듀얼 모터 사륜구동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PPE 기반 추정치를 보면 순간 최고 630마력에, 토크는 대략 115 kg·m 부근까지 뽑아낼 수 있고, 0-100km/h는 4초 이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게는 약 1,650kg 언저리로 예상되는데, 경량이 곧 생명인 박스터인 만큼 이 숫자를 얼마나 잘 억눌렀느냐가 평가를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겁니다. 3. 최상위 내연기관 (4.0 플랫식스, RS 계열 유력) 되살아난 가솔린 버전은 라인업 맨 위에만 배치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건 지금의 GT4 RS와 스파이더 RS에 들어가는 4.0리터 자연흡기 플랫식스죠. 기준이 느슨해진 유로7(Euro 7) 배출 규제 덕에 이 엔진이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을 통로가 뚫렸습니다. 문제는 전기 전용으로 만들어진 PPE 플랫폼에 내연기관을 거꾸로 심어 넣어야 한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현행 모델을 그저 연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새로 설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트림은 스파이더 RS처럼 RS 배지를 붙인 소수 정예 형태로만 등장할 확률이 큽니다. 결국 신형 박스터는 "밑은 전기, 위는 가솔린"이라는 두 층 구조로 자리를 잡아 가는 셈입니다. 매일 타는 베이스는 전동화로, 감성과 배기음을 사려는 최상단은 플랫식스로. 시장의 저항과 규제라는 두 힘 사이에서 포르쉐가 내놓은 타협점이라 할 수 있죠. 출시가 이토록 밀린 속사정 네 번째 겨울 테스트에 돌입한 차세대 718 — 개발 기간은 늘어나고 데뷔는 계속 뒤로 밀려났다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배터리였습니다. 차세대 718에 넣을 핵심 셀 공급처로 포르쉐가 낙점했던 곳이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 인데, 이 회사가 주저앉고 말았죠. 미국 법인이 챕터11(파산보호)을 낸 뒤 본토 스웨덴에서도 파산 절차로 접어들면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에 꼭 필요한 고출력 셀 조달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그 여파로 2025년 전후에 예정돼 있던 데뷔가 2027년 즈음으로 미뤄졌습니다. 무너진 공급망을 재구축하려고 포르쉐는 2025년 3월 바르타(Varta)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지분을 과반 넘게 사들이는 수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만큼 셀 문제가 코앞에 닥친 급한 사안이었다는 방증이죠. 걸림돌은 배터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중국 판매의 급락,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전기차 수요, 소프트웨어 개발의 난항, 그리고 늘어나는 비용까지 한꺼번에 몰렸죠. 한때 포르쉐 내부에서는 전기 박스터와 카이맨을 통째로 포기하는 안까지 테이블에 올랐고, 새 경영진이 부임하면서 프로젝트의 존폐 자체가 또 한 번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우선 전기, 이어서 내연기관"이라는 현재의 절충은 이 모든 홍역을 치른 뒤에야 나온 답입니다. 이런 뒷사정을 알고 나면, 신형 박스터가 늦어진 것은 그저 일정을 미룬 일이 아니라 포르쉐가 전동화의 속도를 현실에 맞춰 다시 손본 사건에 더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718의 향후 중고가 — 마지막 내연기관 세대라는 웃돈 718 스파이더 RS — 마지막 자연흡기 플랫식스를 품은 오픈톱 이 같은 흐름은 현행 718의 중고 시세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2025년형이 내연기관 718의 사실상 마지막 연식으로 굳어지는 만큼, 컨디션이 좋은 매물의 소장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죠. 718 박스터는 애초에 포르쉐답게 잔존가치가 탄탄하게 버텨 주는 차입니다. 해외 중고 시장의 평균 시세만 봐도 일반 중고차 평균을 훌쩍 넘어서고, 연식과 상태에 따라 가격대가 넓게 펼쳐져 있죠. 그 안에서 값을 방어하거나 오히려 밀어 올리는 요소는 뚜렷합니다. 짧은 주행거리, 빠짐없는 포르쉐 공식 정비 기록, 수동변속기, 인기 있는 옵션 조합, 그리고 제한된 생산 대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상에 있는 스파이더 RS는 출발부터 수집가를 겨냥한 성격이 짙습니다. GT4 RS와 동일한 4.0 플랫식스로 500마력을 뿜고 토크는 대략 46 kg·m. 박스터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동시에, "마지막 자연흡기 오픈톱"이라는 이야기까지 품은 차죠. 차세대가 전기로 먼저 나온다는 게 굳어질수록, 이 서사가 지닌 무게는 한층 더 커집니다. 물론 "마지막 내연기관"이라는 수식이 모든 매물의 값어치를 담보해 주지는 않습니다. 시세를 떠받치는 건 어디까지나 상태와 이력, 그리고 사양이죠. 흔한 옵션에 평범한 매물과, 수동에 인기 컬러, 풀옵션, 무사고 이력을 두루 갖춘 매물은 같은 718이라도 전혀 다른 시장에 놓입니다.
2026-06-27T03:00:00+00:00